티타임, 서로의 꿈을 들여다보는 시간
함께 마시는 차는 대립의 자세를 대좌의 자세로 바꿔놓는다. 대립으로 달궈진 열기를 식히는 데는 뜨거운 차가 알맞게 식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마주 서서 쏟아내는 말들의 강하고 날카로움이 마주 앉으면 연하고 부드럽게 바뀐다. 손까지 휘저으며 뱉어 내는 대립의 언어는 마주 앉아 찻잔을 들면 고요히 가라앉는다. 차를 마시는 동안 언어 는 입안에 갇히고 귀는 크게 열린다. 귀를 열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된다.
함께 차를 마시면 이야기를 풀어놓고, 이야기를 이어가게 된다. 빈 찻잔에 다시 차 를 따르며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거나, 화제를 바꾸거나. 거듭 빈 찻잔을 채울수록 이야 기는 무르익고, 시간은 저만큼 도망간다.
현실을 거칠게 굴러다니던 이야기는 차 향기와 섞여 꿈 이야기로 바뀐다. 손에 잡
히는 꿈을 더듬고, 잡힐 수 없는 꿈을 향해 발돋움한다. 함께 차를 마시면 마주한 사람
의 꿈속을 들여다볼 수 있고, 나의 꿈도 살짝 내비친다. 함께 차를 마신다는 것, 차 한
잔이 변화시킨 대립과 대좌의 차이, 차 한잔의 힘은 가늠할 수 없이 크다.